대원사 템플스테이 총평: 지리산 계곡길 산책 코스 & 신비한 호랑이 고양이
1. 계곡 물소리가 안내하는 길: 유평마을 탐방로
퇴실 후 대원사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다시 주차했습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서도 걷기 좋기로 소문난 코스입니다. 안내판을 확인하고 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데크 길이 나타납니다.
| 출발 전 화장실 있어요 |
산 외곽으로 잘 조성된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숲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걷는 내내 왼쪽에서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BGM처럼 들려오고, 머리 위로는 나뭇잎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부서져 내립니다. 평소 걷기를 힘들어하는 둘째 아이가 중간중간 "다리 아파!"라며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그 투정마저도 자연 속에서는 평화로운 일상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물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 남은 근심마저 물살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2. 뜻밖의 묘(猫)연: 호랑이를 닮은 고양이
유평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 우리 가족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특별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고양이였는데요, 흔히 보는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등과 옆구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줄무늬가 마치 작은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녀석이었습니다.
이 신비로운 고양이는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마치 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혹은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귀엽다", "집에 데려가고 싶다"며 난리가 났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녀석은 산으로 올라가시는 다른 등산객 아저씨 뒤를 따라 쿨하게 떠나버렸습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고양이라 그런지, 도도함과 신비로움이 남달랐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3. 여행의 본질을 다시 쓰다: 쉼, 그리고 성찰
트래킹을 끝으로 1박 2일의 대원사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번 여행이 저에게 준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템플스테이는 달랐습니다.
첫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과의 차담에서 결혼과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고, 저녁 예불 시간에 내가 살아온 세월을 연도별로 되짚어보며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쉬는 것. '힐링'이라는 단어가 마케팅 용어가 아닌, 내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실체로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쉼 또한 여행의 중요한 일부임을 깨달았습니다.
| 아이들도 힐링하는 시간 |
4. 총평 및 추천: 다시 오고 싶은 곳
이번에는 오롯이 쉬는 것에 집중한 '휴식형' 템플스테이였지만, 떠나는 발걸음에는 벌써 다음 방문에 대한 기대가 실립니다. 다음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108배를 하며 땀을 흘리거나, 염주를 꿰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 번아웃으로 인해 온전한 쉼과 충전이 필요한 직장인
- 사춘기 자녀와 조용히 대화하며 유대감을 쌓고 싶은 부모님
- 복잡한 관광지보다는 자연 속에서 멍때리기를 좋아하는 분
- 방학을 맞은 학생들 (중학생 이상 여학생들은 부모 동의하에 친구끼리 입소 가능!)
저희 첫째 아이도 "다음에는 친구랑 같이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대원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었습니다. 지금, 마음의 짐이 무겁게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주저 말고 짐을 싸세요. 지리산 깊은 골짜기, 대원사의 바람과 햇살이 여러분을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여행은 밖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지금까지 산청 대원사 템플스테이 3부작 여행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평안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산청 대원사 템플스테이 1박 2일: 숙소(방) 내부 & 스님 차담 솔직 후기 (가는 길) - 동네대장 생활연구소
'대한민국 3대 비구니 참선 도량'이라는 수식어보다,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는 점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오늘은 그 설레는 치유 여행의 첫 번째 기록, 출발부터 첫날밤까지의 이야기를 아주 상세하게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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